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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원인: 몸에 사는 미생물?

몸과마음 2018. 4. 29. 17:52

https://www.bbc.com/korean/news-43891378



우울증. 

마음 혹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몸에 사는 미생물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생물이 우리 뇌를 바꾸고 있다

의학 용어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불리는 미생물은 고세균,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을 포함한다.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들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자폐증,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여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들을 내놓고 있다.

시험 혹은 면접 전 긴장을 하면 속이 울렁거리듯 정신은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몸 상태가 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은 일본 규슈 대학 연구진의 연구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연구진은 아무런 미생물과 접촉하지 않은 "무균(germ-free)" 쥐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정상적인 쥐보다 두 배가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두 쥐는 체내 미생물의 유무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점이 없었기에, 연구진은 미생물이 스트레스 반응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제인 포스터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 발견으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모든 게 처음 신경과학과 미생물의 연관성을 제기한 이 논문으로부터 시작됐어요."

"우울과 불안에 대해 연구하던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영향력 있는 논문이었죠."

규슈 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미생물을 이용한 약물치료의 가능성을 제기한 첫 연구이기도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을 통해 우리가 "감정 미생물" 혹은 "정신 생물학"을 개발해 정신 건강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어떻게 미생물이 우리 뇌를 바꾸는 걸까?

미생물 속 박테리아는 어떻게 이런 뇌에 신호를 보내는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미생물과 뇌 사이에 '미주 신경(vague nerve)'라고 불리는 초고속 정보망을 통해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소화 과정에서 섬유질을 단쇄 지방산이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로 분해해 체내에 공급한다. 이는 몸의 다양한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 뇌 질환의 원인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미생물이 'microRNA'라는 작은 유전자 서열을 이용해 우리 신경 세포의 DNA를 바꾼다는 증거들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또 어떤 연구들은 미생물이 특정 행동이나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무균 쥐를 상대로 한 연구를 인간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끊임없이 미생물과 접촉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무균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크 대학 병원의 테드 디난 교수는 체내 미생물이 우울증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디난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몸에는 그렇지 않은 몸보다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임상적으로 우울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교해 장내 미생물 종이 덜 다양합니다."

"미생물이 우울증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큰 연관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섬유가 부족한 식습관 등 장내 박테리아를 약화하는 일부 생활 방식이 면역력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생물은 게놈에 이은 두번째 유전체?

우리 몸은 대부분 미생물로 구성됐다. 그중 정말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포는 전체 신체의 43%. 나머지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단일 세포 등 미생물이다.

인간 게놈이라고 불리는 유전체는 체내 약 2만여 개가 있으며 각자 다른 명령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 속 모든 유전체를 합치면 무려 2백만 에서 2천만 개에 이른다. 인간 고유의 유전체보다 100배 이상 많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생물은 우리의 '두 번째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이 미생물 속 유전체, 두 번째 게놈은 알레르기, 비만, 염증성 장 질환, 파킨슨병, 암, 우울증,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우울증 환자 미생물 옮기자 우울증까지 따라갔다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개념이다. 그래서 코크 대학의 APC 미생물 센터의 과학자들은 무균 쥐에게 우울증 환자의 대변을 통해 미생물을 투입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울증 환자의 미생물을 투여받은 무균 쥐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존 크라이언 박사는 그도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도 너무 놀랐어요. 미생물 샘플을 빼서 투여하는 정도로 우울증 증세가 쥐에 그대로 전달되다니 말이에요."

실험 전 설탕물을 마시고 싶어 안달 내던 무균 쥐는 미생물을 투여받은 이후 설탕물에 흥미를 잃었다. 또 우울증의 대표적 증세 중 하나인 무쾌감증(anhedonia) 역시 쥐에게로 옮겨갔다.

미생물과 파킨슨병의 연관성도 대두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뇌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세포가 죽으면서 점점 근육을 제어할 수 없게 되며 이는 떨림을 유발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의료 미생물 학자인 사르키스 마즈마니안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체내 미생물과 건강한 사람의 체내 미생물 사이 '아주 강력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가 유전적으로 파킨슨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파킨슨병은 체내 미생물이 반드시 있어야만 진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쥐들에게 파킨슨병 환자의 미생물을 투입했을 때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을 투입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생물의 변화가 운동 증상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운동 증상의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을 공격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진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지만, 연구진은 이 발견이 우리의 건강과 웰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생물이 정말 뇌에 영향을 준다면, 미생물을 우리 몸에 좋게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파킨슨병 환자의 체내 미생물을 바꾸는 것이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키어스틴 틸러스 교수는 체내 미생물이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생산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큰 규모의 연구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발견 자체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는 않았다.

"분명 미생물과 질병 사이 연관성이 있고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돕고 심지어 병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은 분명 매우 흥분되는 소식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게놈, 미생물은 비만, 알레르기, 암을 포함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병 치료의 혁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키우는 애완동물, 먹는 약, 태어나는 방식….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떤 미생물을 안고 사는지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삶의 수 많은 결정이 몸속 미생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항상 무의식 속에 받아들였던 수많은 미생물을 우리가 직접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크라이언 교수는 이 발견이 5년 뒤 우리가 검진받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한다.

"5년 뒤에는 의사한테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듯이 미생물 검사도 받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미생물은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근본적인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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